우리가 숨 쉬듯 누리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과 '매일 삼시 세끼를 먹는 일상'은 인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신상 문물입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수백만 년 동안, 우리의 조상들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하루하루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떠돌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인류가 약 1만 년 전, 단 한 번의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며 지구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역사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도 창조적인 사건이라 부르는 '농업 혁명'의 이야기입니다.
1. 굶주림이 만든 우연한 발견, 수렵채집에서 정착으로
약 1만 2천 년 전, 지구를 뒤덮고 있던 마지막 빙하기가 물러가고 기후가 급격히 따뜻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중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야생 밀과 보리가 자라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처음 제가 이 시기를 공부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류가 "앞으로 농사를 지어서 문명을 세워야지!" 하고 계획적으로 농업을 시작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야생 곡물을 채집해 먹던 인간들은 어느 날 아주 사소한 규칙을 발견합니다. 먹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알갱이나,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씨앗에서 이듬해 봄 똑같은 식물이 자라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에 사냥하던 대형 동물들이 사라지면서 인류는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당장 내일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류는 이 사소한 발견을 생존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씨앗을 직접 땅에 심고, 물을 주며 관리를 시작한 것입니다.
식물이 자라기까지 최소 몇 달은 한 자리에 머물러야 했기에,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이어온 이동 생활을 청산하고 마침내 '정착'이라는 낯선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식량 생산의 증가가 가져온 인구 폭발과 사회의 탄생
농업의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움직이는 동물을 쫓아다닐 때는 사냥에 실패하면 며칠씩 굶어야 했지만, 농사는 한 번 성공하면 수십 명이 몇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막대한 양의 식량을 한곳에 축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자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인구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를 기르기 훨씬 수월한 환경이 되었고, 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 수천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사람이 모이자 자연스럽게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사냥꾼 시절에는 모두가 똑같이 사냥하고 똑같이 나누어 갖는 평등한 구조였지만, 농업은 잉여 생산물(먹고 남은 쌀이나 밀)을 만들어내면서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곡물을 보관하는 창고가 생겼고, 이 창고를 관리하고 분배하는 과정에서 권력이 생겨났습니다. 누구는 농사를 짓고, 누구는 농기구를 만들고, 누구는 마을을 지키는 '분업'이 시작되었으며, 남들보다 더 많은 곡물을 가진 사람이 지배층으로 올라서는 '계급'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3. 농업 혁명은 과연 인류에게 축복이었을까?
우리는 흔히 농업 혁명 덕분에 인간이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하지만,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숨겨진 그늘이 있습니다. 실제로 고대인들의 뼈를 연구한 고인류학자들의 보고서를 보면, 수렵채집 시절의 인간보다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시대 인간들의 평균 수명이 오히려 줄어들고 영양 상태도 나빠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냥하던 시절에는 수십 가지의 과일, 채소, 고기를 골고루 먹었지만,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밀이나 쌀 같은 단 한 두 가지 주식에만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영양 불균형이 찾아온 것입니다.
게다가 한 자리에 똥오줌을 싸며 수천 명이 모여 살고, 가축과 밀접하게 생활하다 보니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집단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 엎드려 김을 매고 뙤약볕에서 노동을 해야 했기에 고대인들의 척추와 관절은 수렵채집인들보다 훨씬 더 빨리 망가졌습니다. 인류라는 종 전체는 번성했을지 몰라도, 개인의 삶의 질 측면에서는 어쩌면 더 가혹한 노동의 굴레에 갇히게 된 셈입니다.
4. 문명이라는 거대한 탑의 주춧돌을 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 혁명은 인류가 '자연의 지배를 받는 동물'에서 '자연을 개조하는 주체'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약간의 여유가 생긴 인간들은 이제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읽어내는 천문학을 발전시켰고, 내 땅과 네 땅을 나누기 위해 수학과 측량술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곳에 단단히 내린 뿌리는 이윽고 거대한 줄기가 되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잉여 식량과 늘어난 인구, 그리고 고도화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인류는 이제 강가 주변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인류가 자연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 경이로운 대서사의 서막은, 그렇게 척박한 땅에 심은 작은 씨앗 한 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요약
빙하기 이후 기후 변화로 식량이 부족해진 인류는 우연히 발견한 식물의 성장 원리를 이용해 농경을 시작하고 정착 생활로 전환했습니다.
식량 생산량의 증가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가져왔으며, 잉여 식량의 발생으로 인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유 재산, 분업, 계급 사회가 탄생했습니다.
농업 혁명은 종의 번식을 이끌었으나, 단일 작물 의존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집단 정착으로 인한 전염병 발생, 노동 시간 증가라는 개인적 삶의 그늘도 낳았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2편에서는 농업 혁명으로 정착한 인류가 거친 강줄기의 범람이라는 대자연의 재앙을 극복하고, 인류 최초의 도시와 문자를 만들어낸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 거친 강줄기를 다스리며 태어난 최초의 도시"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매일 자유롭게 숲을 거닐며 사냥하지만 내일의 식량을 보장받지 못하는 '수렵채집인의 삶'과, 매일 고된 밭일을 하지만 안정적인 식량과 따뜻한 집이 있는 '신석기 농부의 삶'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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